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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자서전. 본문

능력의 삶/열정

미국 대통령 자서전.

KING JESUS 2011. 11. 30. 18:01

베스트셀러로 본 세계­­|미국

» 왼쪽부터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결정적 순간’

새해를 맞는 지구촌 시민들은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 앞에서 그 원인과 대안을 찾으며 마음의 양식을 구하고 있다. 유럽은 금융위기를 배태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실상을, 미국은 위기 극복을 이끈 지도자들의 생애에 관심을 보인다. 올해 베이징올림픽 개최 등으로 위상을 다시 제고한 중국은 찬란한 과거를 복기하고 있고, 오랜 불황에 사회적 약자들이 스러져가는 일본은 과거의 고전을 다시 들추고 있다. 새해 세계 각국 서점가를 점령한 화제의 책들은 모았다.

■ 미국

링컨·루스벨트·버핏 등 책 인기

미국의 도서시장은 오바마니아(오바마 팬)들의 ‘변화와 희망’ 열기로 가득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인 1995년 썼던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2006년에 쓴 <담대한 희망>은 대선을 지나 취임식이 열린 현재까지도 100주 넘게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의 2, 3위를 지키고 있다. <내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으로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오바마의 진솔한 모습에 감동한 오바마니아들을 자원봉사의 길로,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담대한 희망>은 오바마가 소박한 상식에서 출발해 당파성에서 벗어난 온건한 표현으로 정책구상을 밝힌 책으로, 비판자들로부터도 따뜻한 찬사를 들었다.





이 두 권의 책은 연설문을 직접 쓰는 특별한 글재주와 웅변 능력을 갖춘 정치초년생 오바마를 널리 알리고 마침내 백악관 입성의 길을 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오바마는 지난 5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20여년 전에 쓴 책이 이렇게 읽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제 내 책을 통해 나를 알게 돼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어도 놀라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책들은 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수상록 <용기있는 사람들>(Profiles in Courage)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첫 자서전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Why Not the Best?) 등 무명의 정치인을 일약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도약시킨 서적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밖에도 대선 이후 오바마 관련 서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출판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오바마가 벤치마킹한 두 명의 존경받는 전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전기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함께 올라 있다. 링컨이 대선 경쟁자들을 내각에 중용한 얘기를 담은 <팀 오브 라이벌스>는 2005년 출간된 뒤 먼지가 쌓여 퇴출될 뻔했다가 오바마 덕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같은 일리노이 출신의 위대한 대통령을 닮고자 노력해 온 오바마를 통해 링컨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고, 이 책을 읽은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발탁해 책의 교훈을 실행에 옮긴 것이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공황의 위기 속에 집권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00일 동안 신속하게 펼친 경제정책 집행과정을 그린 <결정적 순간>(The Defining Moment)도 화제의 책이다. 오바마가 당선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 책을 읽고 있다고 밝혀, 단숨에 화제의 책이 됐다. 오바마는 많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언어의 마술과 함께 소통하는 드문 능력을 터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에도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인들에게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것을 설득하면서 이해를 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인들의 자서전 읽기 붐은 현실 정치의 경계를 넘어서, 귀감이 될 만한 삶을 살펴보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두메 마을의 소녀들을 위해 78개의 학교를 지은 등산가의 인도주의적 삶을 그린 <석잔의 차>(Three Cups of Tea)도 잔잔한 감동을 주며 2년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면 이방인이지만, 두 번째 차대접을 받으면 존경받는 손님, 그리고 세 번째 차대접을 받을 땐 가족이 된다”는 얘기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고 있다.

최초의 서민 출신 대통령으로 민주당을 창당해 기초를 닦은 인물이지만, 인디언 축출 정책 등 논란도 있는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전기 <미국의 사자>(American Lion), 그리고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78)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전기 <눈덩이>(The Snowball)도 많이 팔리고 있다.

자서전 읽기 붐 속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가 퇴출된 거짓 자서전 소동 같은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서전 쓰기가 일상화되어 있는 게 미국의 출판문화다. 존 매케인의 자서전을 출간한 워너북스의 조너선 카프 발행인은 “자서전의 생명은 목소리의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솔직하게 얘기하고 합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독자들은 그 책에 손을 뻗치게 되고, 자기선전의 책이라고 본다면 그 책은 재고 쓰레기통으로 가게 된다”고 말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