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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어공부. 본문
영어 공교육 현장을 가다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받으려면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 정답은 '아니오'다. 학교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미국 학교의 교사들과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다양한 영어 대회를 통해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영어 공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학습 효과도 탁월한 영어 공교육 현장을 들여다봤다.
◆경기 동암중
지난 3월 25일, 오후 1시. 경기 동암중의 점심시간은 여느 학교처럼 시끌벅적했다. 학교를 둘러보던 중,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에 발길이 머물렀다.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알파벳이 적힌 정사각형 모양의 플라스틱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단어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스크래블 게임(Scrabble Game)이다. 잉글리시 존에서 도우미로 활동하는 3학년 장휘주군은 "점심때 이곳에서 보드 게임이나 영화, 영어 소설책 등을 볼 수 있다.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친구, 후배들도 거리낌 없이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동암중은 2008년에 개교한 신생학교다. 하지만 짧은 역사에도 지역의 학부모와 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바로 RTR +2 영어 프로그램 덕분이다. 개교 당시 5반(한반에 평균 38명)으로 시작했지만, 올해는 12반으로 학생 수가 크게 늘었을 정도다. RTR +2 영어 프로그램은 영어 동화를 읽고(Read) 등장인물 간의 관계, 발생한 사건, 교훈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Think) 다양한 활동을 체험해(Play) 읽은 내용을 영어로 쓸 수 있도록(Write) 지도하는 것을 말한다. 또 두 반을 네 반으로 나눠(+2) 수준별 영어 수업도 시행한다. 윤영애 교사의 말이다.
"1·2학년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 자습시간에 EBS 동화 프로그램을 시청합니다. 하나의 동화를 접하고 나서는 피드백 수업을 해요. 또 동화 보고서를 쓰거나 미니북도 만듭니다.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지도 모르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그리기,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등 수준별로 보고서 양식을 다르게 적용했죠."
다양한 영어대회를 열었던 것도 주효했다. 영어 골든벨 퀴즈 대회, 영어 팝송 경연대회 등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뽐낼 기회'를, 영어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흥미를 가질 기회'를 제공했다. 영어 팝송 경연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3학년 유재준군은 "평소 영어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가사를 외우려고 단어의 뜻을 사전으로 찾으면서 영어를 좋아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영어 동화 보고서 쓰기에서 두각을 보인 2학년 서민우군은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영어 동화를 접하고 그림 보고서를 만들면서 덩달아 영어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교육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모님들의 영어 프로그램 만족도가 94%에 이를 정도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광주 보문고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는 원격 화상수업이에요. 교실에 앉아서 미국 학교 선생님들과 영어로 토론하고 미국 문화에 대해 들을 수 있죠." (3학년 이온유)
광주 보문고는 작년부터 미국 와이오밍주와 협력해 원격 화상수업을 진행한다. 일주일에 세 시간을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원호 교사의 말이다.
"작년부터 영어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우리 학교는 도농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사교육이나 학원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원격 화상수업과 영어권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죠."
학교 복도에는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공항 검색대, 세관 신고서 용지 등이 배치돼 있다. 해외에 나갈 때 어떤 절차를 거쳐 입국 수속을 밟게 되는지를 미리 체험할 수 있게 꾸민 것이다. 또, 외국 공항에 내리면서 겪게 되는 교통수단 이용법, 은행 이용, 식당 방문 등 다양한 상황을 실사 스크린으로 제작해 복도에 걸어뒀다. 아이들이 오고 가면서 연습할 수 있도록 상황별 영어 대본도 교사들이 직접 제작해 실사 스크린과 함께 비치했다. 3학년 노소연양은 "외국에 나가게 되면 연습한 내용을 꼭 활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영어 체험 프로그램과 수준별 이동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은 영어에 호기심을 가졌고, 학부모는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어 공교육을 신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전 교촌초
대전 교촌초에는 특별한 영어 학습실이 있다. 학생과 원어민의 모습을 특정 장면과 합성해 가상현실에서 영어를 말해볼 수 있는 VR 가상 체험 학습실이다. 이용범 교사는 "이 학습실을 활용하면서 아이들이 마치 외국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서 운영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말하는 세계지도, Talking E-book, 로봇 닥터 등을 구비해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에 학생들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수준별 영어 도서를 구비해두고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온라인 영어 도서관도 운영한다. 영어 동화, 생활영어, 영어 노래를 수록해 컴퓨터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준 것이다.
365일 함께하는 원어민 협력 수업도 눈에 띈다. 1·2학년은 한 달에 한 번, 3~6학년은 일주일에 8시간을 원어민 교사와 담임교사가 협력해 영어 수업을 진행한다. 이용범 교사의 말이다.
"3학년에서 6학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원어민 교사와의 협력수업을 통해 영어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대전의 변두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아이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얻은 것은 정말 기쁜 일이죠. 앞으로도 학생들이 영어 거부증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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